채소를 냉장고에 넣기 전에 갈림길이 하나 있어요. 저온에 견디는 쪽인지, 저온에서 오히려 상하는 쪽인지부터 나누는 거예요. 이 조건을 통과한 채소만 냉장실로 보내면 돼요. 농촌진흥청도 추석을 앞두고 내놓은 보관 요령에서 무조건 냉장고에 넣기보다 품목 특성을 고려하라고 안내했어요. 과일과 채소가 수확한 뒤에도 살아 있는 조직이라서예요.
냉장이 유리한 채소와 불리한 채소가 갈리는 지점
상추와 깻잎 같은 잎채소는 잎이 넓고 조직이 연해서 수분을 빨리 잃어요. 물기를 충분히 제거한 뒤 밀폐용기나 비닐에 담아 냉장하는 쪽이 유리해요. 포장 안에 물기가 오래 남으면 미생물이 늘어 부패가 빨라져요. 브로콜리는 상온에 두면 색이 누렇게 변하니 사 오자마자 냉장실로 보내는 편이 나아요.
반대쪽에 고구마가 있어요. 저온에 민감해서 일반 냉장고에 오래 두면 조직이 변색되거나 부패하기 쉬워요. 감자도 지나치게 낮은 온도에 오래 두면 전분이 당으로 바뀌어 맛과 조리 특성이 달라져요.
고구마 13~15도, 감자는 냉장실 온도를 피해야 하는 이유
고구마의 권장 보관 온도는 약 13도에서 15도예요. 빛이 들지 않고 서늘한 자리라면 실온이 맞아요. 감자는 6도 이하에서 환원당이 늘어난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이 기준 온도는 자료마다 4도에서 8도 사이로 조금씩 다르게 적어요. 다만 가정용 냉장실이 대체로 4도에서 5도라서, 어느 기준을 잡아도 냉장실은 감자가 피해야 할 구간에 들어가요.
산지 저장고에서는 감자를 4도에서 8도에 저장해요. 가정 안내와 어긋나 보이지만, 낮은 온도에 뒀던 감자를 12도에서 15도에 몇 주 다시 두면 아크릴아마이드 생성을 낮출 수 있다는 방법이 함께 알려져 있어요. 되돌리는 단계가 집 냉장고에는 없다는 점이 차이예요. 그러면 이미 오래 냉장한 감자는 어떻게 할까요? 고온에서 튀기거나 굽는 대신 찌거나 삶는 조리로 돌리는 편이 안전해요.
문제는 집에서 13도에서 15도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에요. 여름철 베란다는 이 범위를 넘어서고 한겨울에는 더 내려가요. 실제 온도는 층과 방향, 지역에 따라 달라서 직접 재 보기 전에는 단정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고구마는 쟁여 두기보다 먹을 만큼만 사는 쪽이 손실이 적어요.
양파와 마늘은 온도보다 습기가 문제일 때
양파와 마늘은 저장고 기준으로는 0도에 두는 품목이에요. 그런데 가정에서 결과를 가르는 조건은 온도보다 습기 쪽이에요. 습기가 많으면 곰팡이나 부패가 생기기 쉬워서, 물에 씻지 않은 상태로 망이나 바구니에 담아 건조하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 둬야 해요. 싱크대 밑처럼 물이 튀고 공기가 갇힌 자리에 두면 실온에서도 금세 물러져요.
사과와 나란히 두는 것도 피할 항목이에요. 사과는 에틸렌을 비교적 많이 내뿜어서 상추나 브로콜리, 오이처럼 민감한 채소와 함께 두면 색이 변하고 품질이 빨리 떨어져요.
장 본 봉지를 풀면서 나누는 순서
어디부터 손대야 할까요? 먼저 포장을 뜯어 상태를 확인해요. 상처가 있거나 눌린 것, 물러진 것은 따로 빼서 먼저 먹어요. 저장하는 동안 부패가 빠르게 번지거든요.
다음은 물기예요. 잎채소는 물기를 털어 밀폐하고, 양파와 마늘은 씻지 않은 채로 공기가 도는 자리에 둬요. 마지막으로 자리를 정해요. 오이와 애호박은 수분이 많고 저온에 비교적 민감해서 냉기가 바로 닿는 칸보다 채소 칸에 포장해 두고 빨리 소비하는 편이 나아요. 무와 당근은 잎을 떼어 낸 뒤 비닐이나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해요. 냉장실을 지나치게 꽉 채우지 않는 것도 같은 안내에 들어 있어요.
여기까지가 품목별로 공통되는 기준이에요. 같은 감자라도 품종과 수확 시기, 집 안 온도에 따라 저장성이 달라서 개별 판단까지 대신해 드릴 수는 없어요. 온도계를 베란다와 팬트리에 한 번 놓아 보면 어느 자리가 13도에서 15도에 가까운지 확인할 수 있어요.